[04.01.2017] 인생은 컬링이다

인생은 컬링이다:

조금 뜬금 없지만, 동계 올림픽 시즌이 다가오면 늘 웃음거리로 뉴스에 등장하는 스포츠가 있다. 컬링이다. 얼음판 위에서 납작한 접시같은것을 띄어놓고 빗자루같은 스틱으로 얼음을 막 청소질(?)하며 멀리있는 원 안에 집어넣는 게임이다. (표현이 참 저렴하다)

저런것도 스포츠로 쳐준다니…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우리는 그 게임이 갖고있는 존재가치를 평가절하한다. 자연스럽게 그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의 노고와 진정성도 가볍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자신의 명성과 성공이 컬링의 규칙과 경쟁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인간이 만든 그 별볼일 없어 보이는 게임이 그들에겐 인생의 전부 혹은 극히 중요한 일부분이 된다.

요즘 Sapiens를 읽고 있다. 마크주커버그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고도 소개가 되었었다. 책을 보면 사실 우리는 모두 이런 신화속에서 살고있다. 우리 사회의 절대적 기준과 규정과 법률과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인간이 만든 규범이자 게임이다. 다분히 인위적이고, 다분히 불공평할 수 있고, 다분히 불완전한 이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얼음위에서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고있다. 책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컬링이다. 멀리서보면, 혹은 나중에 뒤돌아보면, 의미없을 수 있는 이 게임에 우리는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고 있다.

냉소주의, 허무주의 혹은 무정부주의적 깨달음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반대이다. 어떤 게임 – 활동, 직업, 가치관 – 을 하던, 각 게임에 내포하는 의미는 결국 개개인이 찾거나 부여하면 된다. 컬링 선수가 컬링에 의미를 부여하듯 우리도 자신이 속한 게임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도 중요할 수는 있지만, 나는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결국 하나의 인위적인 게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게임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그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그 다음은 필연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컬링 선수나, 자본가나, 창업자나, 변호사나, 의사나, 배고픈 예술인이나, 심리치료사나, 보험 세일즈맨이나, 각자의 게임의 덧없음을, 허영을, 무의미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 경지에 오르는 순간, 그는 즐거움과, 진정성과, 자유로움과, 최선으로 그 게임에 다시 임할 수 있다. 모순적이지만, 그런것 같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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